1cm 다이빙

2022. 7. 14. 00:35
현실에서 딱 1cm 벗어날 만큼 작은 행복

1호는 서른이 되었고 결혼을 4개월 앞두고 퇴사했다.
없으면 없는 대로 인생을 즐기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
그리고 동료를 찾기로 했다.
"문정 씨,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하나 떠올랐는데요... 혹시 같이 해볼래요?"
"그럴까요?" 2호의 대답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2호는 우울증이 심했다. 당시 더 이상 나빠질 것도 없는 상태였다.
철없는 중학생 같은 서른 살과, 세상 다산 것 같은 스물여섯의 위험한 프로젝트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독자인 나는 3호로 선정되었다.
1cm 다이빙이란 현실에서 딱 1cm 벗어날 만큼 작은 행복을 말한다.
1cm 다이빙에도 준비가 필요하다. 우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한다. 즐거운 걸 하기 위해서는 먼저 어떨 때 즐거운지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아마 이 프로젝트가 내 삶 중 거대한 부분을 바꿀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이제 내 인생에서 즐거운 일은 없어'라고 생각했던 30대 인생을 조금이나마 바꿀 수 있지 않을까.


1. 제자리 뛰기 : 예열이 필요해

"스마트폰보다 재미있는 거 있어요?"
운동, 게임, 술마시기, 영화보기 등 재미있는 것들은 많다.
그런데 내가 어릴때 만큼 재미를 못느끼고 있다.
그럼에도 스마트폰은 재미있다.
아직 내 자극 역치를 만족하는 것 같다.

"30초 안에 기분이 좋아져야 한다면?"
나는 노래를 들을 것 같다.
다만 요즘 노래 말고 옛날 노래로... 아재일까?
2014년, 무한도전 토토가를 보며 많은 사람들이 울었다.
그 당시 나는 23살의 팔팔한 어린 청년이었고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이해가 된다.
그 시절 음악을 들으면 내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별 것 아닌 것에 웃을 수 있던 그 시절이.
학창시절 노래는 내 삶의 일부였다.
당시 노래 가사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경험이 쌓이고 내 얘기와 비슷한 이야기가 노래에 흘러 나오면 그 노래에 더 흠뻑 빠지게 된다.
아래의 선택한 노래는 대부분 싸이월드 bgm에 들어있었다.
나는 싸이월드 감성이 좋았었고 그리웠다.

프리스타일 - Y (Please Tell Me Why) / 프리스타일 - 그리고 그후 / Kelly Clarkson - Because Of You / MC몽 - I love U, Oh Thank U / MC몽&린 - 너에게 쓰는 편지 / 더넛츠 - 사랑의 바보 / 더넛츠 - 내 사람입니다 / 버즈 - 일기 / 버즈 - 비망록 / 모세 - 사랑인걸 / 허밍 어반 스테레오 - Hawaian Couple / 이은미 - 애인...있어요 / SG워너비 - 내사람 / SC워너비 - 죄와벌 / 윤도현 - 사랑했나봐 / 태연 - 만약에 / 바이브 - 그남자 그여자 / 성시경 - 연연

"언제든 할 수 있다면 지금 해도 된다는 뜻이지!"
소심한 성격을 소유한 나로서는 새로움이란 두려움이다.
하지만 30대가 되어보니 그 나이에서만 할 수 있는 것들이 존재한다.
나는 20대를 후회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와 같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40대에 지금의 30대를 분명 후회 할 것이다.
그렇다 나는 30대가 되고 20대를 그리워하며 40대에 후회를 하지 않으려고 발악하는 중이다.
아직도 못해본 것이 너무 많다.
하지만 아직도 소심한 걱정에 시작조차 못하고 있는 것들이 천지다.
보통 걱정한 것들의 대부분은 일어나지 않을 일들이란다.
그리고 나에게 너무 심각했던 일들도 지나고 보면 별 것 아니다.
30대부터는 그냥 해보자.

"우리가 돈이 없지 추억이 없냐"
어릴 때 추억이란 그립고 아련하다.
'어바웃타임'이라는 영화에서 주인공은 시간 여행으로 하루 전으로 돌아가서 똑같은 하루를 다시 살아본다.
매일 똑같은 하루가 마치 새로운 날처럼 다르게 보인다.
그렇다. 이 모든 것은 즐거웠던 불행했던 미래에 추억으로 기억될 것이다.
지금은 내 인생의 가장 늙었지만 가장 젊은 순간이다.

2. 손목 털기 : 가벼워지는 연습

"궁예는 왜 죽었을까?"
궁예는 황금 안대를 차고 사람의 마음을 읽는 기인이었다.
민심을 읽을 때 써야 할 관심법을 온통 폭정에만 활용했다.
말년의 궁예는 그야말로 예민보스였다.
작은 것 하나에도 토라지는 여린 마음의 소유자인 데다, 눈치병 환자로 최후를 맞이하기 전까지 암울한 삶을 살았다.
나도 소심한 성격탓에 예민보스에 착한아이 증후군이 있었다.
어린 시절 장남에 장손이라는 압박감이 나는 무조건 잘해야하고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실패를 두려워하고 남에게 보여지는 나의 이미지가 너무 중요한 삶을 살아왔다.
글쎄, 그냥 내 맘대로 살아봐도 되지 않을까?

"나쁜 상사 대회를 엽니다"
21세기 최고의 사자성어를 하나 뽑는다면, '내로남불'이라 말하고 싶다.
이 논리는 상하 관계에서는 무적 방패이다.
하지만 우리는 과연 착한 상사일까?
내 생각에 이 세상에 착한 상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나쁜 상사와 덜 나쁜 상사만이 존재할 뿐이다.

3장. 숨 크게 들이마시기 : 뛰기 전, 마지막 준비운동

"꿈이 꼭 있어야 할까요?"
파괴왕 주호민은 말했다.
'죽기 전 이루지 못한 꿈이 생각날까? 먹지 못한 밥이 생각날까?'
주호민은 무한도전에 출현해 다시 말했다.
'밥을 먹어야 꿈도 꾸지.'
어떤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의 꿈은 인권 변호사다.
그래서 힘들게 입사한 대기업을 그만두고 늦은 나이에 로스쿨에 입학했다.
학자금 대출로 빚이 3000만원이 있었지만 돈은 언제든 갚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버지가 대장암에 걸리셨고, 동생은 췌장 희귀병에 걸리고, 본인은 심장이 좋지 않다고 판정받았다.
이후 이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그때 회사, 때려치우지 말 걸... 그러면 지금 이 고생은 안 했을 텐데...'
꿈이라는 말이 멋있는 이유는 소수만이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항상 그렇지 않은가.. 주식이나 코인도 크게 번 소수의 사람들을 보고 다들 시작하게 된다.
그러면 굳이 모두 꿈이 있어야 할까.

"소확행은 너무 커서 최소확행"
진짜 너무너무 작아서 잘 모르고 지나갔던 거.
추운 겨울 집에 도착해서 샤워하고 틀어둔 전기 장판에 몸을 녹일때.
더운 여름 땀 흘리며 사이클을 타고 난 뒤 마시는 맥주 한캔.
침대에 누워서 넷플릭스를 보며 부담없이 주문하는 치킨 한마리.
주말 늦잠자고 일어나서 먹으러가는 갈비탕 한그릇.

"80세에 하는 피아노 연주"
할아버지가 피아노 연주를 하면 멋있을 것 같지 않나요?
꼭 연주해보고 싶은 피아노 곡이 있다.
하지만 난이도가 너무 높아 시도조차 못해본 'Jon Schmidt - All of me'.
하지만 마감기한이 80세라고 생각하니 할만하다.
아직 49년 남아있고 나는 할 것이다.


책 리뷰를 마치며...
최근 나는 이 책과 대조되는 "내 인생 구하기" 라는 자기계발서를 읽었다.
그 책에서는 나에게 목표 달성을 위해 동기부여를 해주었다.
하지만 인생은 생각보다 매우 길어서 일종의 마라톤과 같다.
너무 오버 페이스로 달리다 보면 쉽게 지쳐서 burn out이 올 수 있다.
목표를 향해 달려갈때 적당한 소확행은 나에게 에너지바와 같은 존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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