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쩍 친해진 회사 친구 정우와 대만 여행을 다녀왔다.

내 인생에서 남자랑 갔던 여행 중 가장 많은 사진을 찍은 것 같다.

 

나에게 사진이란 그저 자랑하거나 추억 회상을 위한 수단이었다.

그런데 정우는 "사진은 나의 시선을 담는거지"라는 말을 했다.

인싸 인충 친구인줄만 알았더니 좀 더 멋진 친구였다.

 

나의 시선에서의 대만 여행은 어땠는지 되돌아보면 더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여행 준비

여행 계획 일정표

여행 가기 전 어디를 가고 무엇을 먹고 싶은지..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다행히 정우가 그런건 많이 찾아봤다.

그저 나는 시키지도 않은 일정표를 짜고,

공동 지출 금액을 정리하고,

여행에 필요한 예매번호나 여권스캔본 같은 걸 빽업하기 바빴다.

INTJ 종특인가 보다.

 

여행 1일차

새벽 6시 부산 김해 공항으로 출발하였다.

대만을 가기 위해서는 버스 3시간, 비행기 2시간 반을 타야하는데

이동시간에 잠을 자겠다고 전날까지 과음한 나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무튼 프리미엄 버스를 처음 타봤는데 집 마냥 꿀잠을 자버렸다.

대만 타오위안 공항에 도착해서 타이베이에 가기 위해 MRT 전철을 탔다.

대만의 첫인상은 우리나라보다 깔끔하다 였다.

사실 대만을 중국 느낌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전혀 달랐다.

대신 날씨는 여행 내내 우중충해서 언제라도 비가 와도 이상하지 않은 날씨였다.

타이베이에 도착해서야 대만에 왔구나를 실감했다.

동남아시아처럼 오토바이가 무척 많았는데 무질서한 느낌은 없었다.

도로도 신기한 게 자동차 정지선과 횡단보도 사이에 오토바이 전용 대기선이 있었다.

그래서 항상 신호가 바뀌면 오토바이가 제일 앞으로 갈 수 있는 방식이었다.

차들 사이에 오토바이가 지나다니는 것 보다 훨씬 안전해 보여서 인상적이었다.

 

시먼딩

대만의 첫 식사는 시먼딩의 천천리에서 먹었다.

간단한 식사로 하기 좋다는 리뷰가 많아서 가봤는데

사실 이날 먹은 것 중 가장 입맛에 맞았던 것 같다.

돼지 조림 비빔밥은 약간 장조림에 밥비벼먹는 느낌이었데 양도 많고 맛도 있었다.

그에 반해 달걀 굴찜은 말캉거리는 굴을 전분에 묻혀서 부친 것인데 정말 내 입맛엔 별로였다.

여기서 만난 30살 대만 현지인이 있었는데 영어를 되게 잘해서

대화가 가능할 줄 알았는데 내가 영어가 안되는걸 새삼 깨달았다.

아무튼 생수도 하나 공짜로 사주고 고마웠다.

시먼역 앞 무지개 모양의 건널목인데 이뻐서 한컷 찍었더니 유명한 포토 스팟이었구나.

대만은 소금커피가 유명해서 먹어봤는데 정말 소금들어간 달달한 커피 느낌이었다.

대만은 덥고 항상 습하기 때문에 땀을 많이 흘리니 소금 보충을 위해 만들어진 메뉴가 아닐까.

시먼 홍러우라는 곳으로 영어로는 the red house 이다.

100년 넘게 된 건물로 타이베이 최초의 공영시장이자 극장이다.

붉은 벽돌이 특징이며 팔각으로 지어진 입구는 사람들이 사방팔방 모이기를 기원하면서 만들어졌다.

저녁에는 이 건물 뒤편에서 펍과 게이바가 많다고 하는데... 무서워서 가진 않았다.

 

중정기념관

타이베이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중정기념당인데 장제스를 기리는 기념당이다.

건물의 웅장함을 보니 대만에서 장제스가 얼마나 존경을 받는 인물인지 느낄 수 있었다.

중정기념당의 계단은 89개인데 장제스가 서거한 나이를 뜻한다고 한다.

장제스 동상이 바라보는 방향은 서쪽인데 총통부가 있는 방향과 일치한다.

그리고 중국이 있는 방향이기도 한데 장제스가 중국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담겨있다고 한다.

중정기념당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다 보니 갑자기 문어같이 생겨서 찍어보았다.

지금 다시 보니 해파리 같기도 하군.

장제스가 타고다녔던 자동차인데 두개 다 비까뻔쩍하다.

사족으로 대만에는 도요타 자동차가 엄청나게 많다.

왜냐하면 대만은 중소기업 제조업이 강한데 도요타에 대만 부품이 공급된다고 한다.

그래서 도요타를 사면 대만에 이득이라 국민차가 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그 와중에 벤츠가 엄청 많았는데 현대차는 진짜 거의 없었다 ㅠ

 

타이베이101, 샹산

타이베이의 상징인 타이베이101을 보기 위해 샹산으로 향했다.

타이베이101 안으로 들어가기엔 입장료가 2만원이 넘어서 너무 비쌌다.

그래서 동네 뒷산 느낌의 샹산에서 타이베이101 야경을 감상하였다.

타이베이101은 높이 509.2m의 국제 금융센터 빌딩으로 세계에서 9번째로 높은 건물이다.

롯데타워보다는 조금 약 50m 정도 낮지만 2004~2010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었다.

5층 매표소부터 89층 전망대까지 37초 만에 오르는 초고속 엘리베이터로 기네북에 올라 있다.

외관은 대나무를 닮은 듯한 독특한 모습이며 8개의 마디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중국에서 행운과 부를 상징하는 숫자 8을 반영한 것이다.

사실 아쉬웠던 부분은 매년 새해에 타이베이101에 어마어마한 불꽃축제를 하는데

우리가 며칠만 늦게 왔어도 봤을텐대 많이 아쉬웠다.

 

융캉제

저녁은 대만에서 유명한 딤섬가게 딘타이펑에서 먹으려했지만 포장만 가능했다.

어쩔수 없이 샤오롱바오 10개를 포장하여 근처 공원에서 먹었는데 글쎄...? 기대에 많이 못미쳤다.

여기서 군만두도 맛있다고 하는데 이 정보를 늦게 알아서 아쉽지만 먹어보진 못했다.

다음으론 융캉제 유명한 총좌빙을 먹어보았다.

줄이 꽤 길었는데 길거리 음식 같은 느낌이라 포장만 가능해서 회전율이 매우 빨랐다.

얇은 전병에 계란, 햄, 치즈, 옥수수 같은 게 들어있는 건데 간식 정도 느낌으로 먹기 좋았다.

주문은 1~8번 숫자로 하면 되는데 4번, 8번이 무난하다.

가격이 매우 저렴했는데 한국 돈으로 2천원 미만으로 구매가 가능했다.

총좌빙이 약간 느끼해서 편의점에서 대만 맥주를 하나 사서 먹어보았다.

대만은 술 문화가 없어서 반주라는 개념이 없었다.

그래서 음식점에서 술먹는 사람을 본적이 거의 없었고 애초에 술을 안파는 음식점도 많았다.

주정뱅이인 우리는 결국 편의점에서 타이완 맥주를 종류별로 사먹어봤던 것 같다.

이날 28000보 이상 걸었던 것 같다.

정말 힘들어서 벤치에서 정신줄 놓고 있는데 그새 정우가 사라졌다.

알고보니 미끄럼틀 올라가서 저러고 있었다...

대만 초딩인줄 ㅋㅋ

 

내심 재밌어 보여서 나도 탔는데 궁뎅이 불날뻔..

무튼 1일차 대만 여행 후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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