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3일차

아침에 체크아웃을 하고 용산사로 향하던 중 시먼딩 근처에서 이상한 사원을 보았다.

도심 한복판에 갑자기 사원같은게 있어서 신기했다.

바다를 관장하는 여신인 천후신을 모시는 천후궁이라는 사원이라고 한다.

출발하기 전엔 비가 안와서 우산을 두고 왔는데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도심에서 비는 그리 무섭지 않았다.

타이베이의 대로변에 있는 건물들은 특징이 하나 있었다.

대부분의 건물은 아래로 보행자 통로가 있었다.

정우는 아마도 비가 자주 오니까 이런 건물이 생기지 않았을까 하고 추측했다.

사실 여행내내 나는 보행자 통로를 보고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반성했다.

그리고 외벽이 낡아 보이는 이유도 습하고 더워서 페인팅하더라도 금방 지저분해진다고 한다.

 

용산사

용산사에 도착했을때 사람들이 엄청 많았는데 신기한건 관광객뿐만 아니라 현지인들도 많아 보였다.

용산사는 타이베이에서 가장 아름답고 오래된 사원이라고 한다.

특이한점은 사원 내에 불교와 도교가 같이 공존하고 있다.

앞쪽에는 관세음보살 같은 불교가 있고, 뒤쪽에는 각종 도교 신들이 있다.

용산사에는 점괘를 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반달처럼 생긴 붉은 나무 조각 2개를 윷놀이처럼 던져서 점을 친다.

패 두 개가 각각 다른 방향으로 연속 3번이 나와야 하는데 확률이 1/8로 높지 않다.

정우와 나의 소원은 들어주지 않는 것으로 결론 났는데.

정우는 아쉬운지 온갖 도교 신들한테 다 빌고 다녔다.

(무슨 소원일까 꼭 이뤄지길 바래)

점심은 나우디엔 에서 우육면을 먹었다.

가게가 11시 30분에 영업을 시작해서 밖에서 20분가량 기다리는데 심히 불만인 표정.

고기는 엄청 부드러웠고 벌집양도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국물이 내가 생각한 맛과 거리가 있었다.

한국의 라면 MSG에 길들여진 나의 입맛에는 별로였다.

가격이 생각보다 쎄서 인당 만이천원 정도였다.

점심을 배부르게 먹으니 식곤증이 와서 스타벅스에 갔다.

그냥 한국이랑 완전 똑같았다.

그리고 역시 스벅은 화장실이 좋았다.

 

단수이

오후에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배경으로 유명한 단수이로 이동하였다.

지하철로 약 1시간 정도 걸렸는데 중간에 지하철이 다시 거꾸로 가는 불상사를 겪었다.

알고보니 단수이가 종착역인데 거기까지 가지 않고 중간에 돌아가는 전철을 탔던 것 같다.

단수이역 바깥으로 나오니 아름다운 강이 보였다.

석양 일몰이 아름답다고 하는데 아쉽게 보지는 못했다.

 

홍마오청, 진리대학교, 담강중학교, 소백궁

단수이역에서 약 2km 떨어진 홍마오청으로 향했다.

1600년대에 지어진 건축물인데 스페인을 몰아낸 네덜란드군이 지은 요새이다.

아편 전쟁 이후 영국 정부에서 영사관으로 임대하여 사용했으며,

그 영향으로 네덜란드와 영국의 건축 양식이 혼재되어 있다고 한다.

내부에는 식민지 시대의 모습을 재현한 다양한 전시품들이 있었다.

홍마오청의 유명한 포토존인데 날씨가 흐려서 다른 사람들 만큼 사진이 이쁘지는 않았다.

심지어 앉지 말라고 써졌는데 앉아서 혼났다.

\

말할 수 없는 비밀의 또 다른 촬영지인 홍마오청 바로 옆에 있는 진리대학교로 향했다.

캐나다 선교사가 만든 대만 최초의 서양식 대학이라는데 어째 돌아다니는 학생은 다 중고딩 같았다.

어쨌든 곳곳에 이국적인 붉은 건축물을 볼 수 있었다.

진리대학교를 나와서 또 다른 촬영지인 담강중학교에 갔지만 코로나로 인해 외부인은 출입이 되지 않았다.

그 와중에 정우는 혹시 모르니 도전해보자고 하길래 입구에 갔는데 뒤돌아보니 나혼자더라...

마지막으로 소백궁을 잠시 들렀는데 초등학생들이 단체로 소풍왔나보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거기서 발견한 아바타2에 나오는 영혼의 나무 한컷 ㅎ

단수이역으로 다시 돌아가던 중 흑당 버블티 한잔하려고 열심히 가게에 갔더니 버블티 펄이 다 떨어졌다고 한다.

지하철도 거꾸로 가더니 이날은 뭔가 순탄히 흘러가지 않았다.

사실 다른 버블티 가게를 찾아갔는데 하필 공차였다.

한국에서도 먹을 수 있는 공차를 굳이 사먹었는데 주문을 잘못해서 버블티 펄이 없네?!?

 

스린야시장

숙소를 체크인하고 스린야시장을 갔다.

드디어 여기서 지파이를 먹어보았다.

닭가슴살을 통째로 평평하게 튀긴 뒤 간장 소스를 입혀서 다시 구워주는 방식이었는데 단짠단짠 느낌이라 아주 맛있었다.

스린에서 유명한 지하 푸드코트는 너무 썰렁했다.

예스폭지 투어할때 가이드분이 말씀하신대로 코로나 이후 망한 것 같았다.

스린 야시장이 원래 관광객 위주로 돌아가는 곳이라 그런듯 했다.

다른 먹거리를 찾으려고 밖으로 나왔는데 충장로 느낌이 강했다.

옷가게랑 오락실 같은게 많았다.

야시장 안쪽으로 들어오니 새송이 구이로 유명한 가게가 있었다.

그런데 웨이팅이 너무 길어서 먹진 못했다.

아쉬운데로 새우 완자? 같은걸 먹었다.

타코야키 기계에 메추리알과 새우로 완자를 만드는데 아이디어가 좋았다.

저녁밥으로는 철판 요리를 먹었다.

앞에 쉐프가 쉬지 않고 철판 요리를 계속 만들어 주시는데 거의 기계나 다름 없었다.

양배추와 숙주나물이 삼삼하니 식감도 괜찮고 맛있었다.

닭고기와 소고기 그리고 생선구이를 줬는데 여러 가지를 동시에 맛볼 수 있어서 좋았다.

신기한 건 밥집이라고 술을 팔지 않았다.

그래서 아쉬움을 뒤로한 채 숙소로 복귀하였다.

 

여행 4일차 - 집가는길

공항 면세점에서 정우를 닮은 라인 캐릭터를 발견했다.

뭔가 찰떡 같아서 사진 한장 찍어줬는데 지금봐도 똑같이 생겼네.

공항에서 점심을 해결했는데 우육면을 다시 도전하였다.

고기는 조금 불고기 같은 느낌이 강했는데

국물은 전날 먹은 우육면보다 훨씬 내 입맛에 맞았다.

면세점에서 남은 돈을 쓰려고 돌아다니다 보니 비행기 출발 5분전에 겨우 탑승에 성공했다.

비행기 못 탔으면 정말 기억에 더 남는 여행이 될 뻔했다.

마지막으로 면세점에서 사온 조니워커 더블블랙.

밤에는 사은품으로 받은 조니워커 블랙 미니를 가족들과 하이볼로 만들어 먹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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