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2일차

아침은 간단히 시먼딩에 있는 모스버거로 시작하였다.

한국의 롯데리아 느낌의 프랜차이저인데 버거가 무지무지 작다.

아마 배 채우려면 3개는 먹어야 할 듯하다.

맛은 그냥 평범했다.

대만에서 유명한 관광지인 예스진(폭)지는 위치가 타이베이 도시를 벗어나 있어서 버스나 택시 투어가 아니면 하루에 다 즐기기 어려웠다. 그래서 패키지 버스 투어를 했다.

1) 예루/스펀/진과스/지우펀 = 예스진지

2) 예루/스펀/스펀폭포/지우펀 = 예스폭지

 

예스진지 투어가 가장 유명한데 진과스의 황금박물관이 공사중이라는 소문이 있어서 스펀 폭포로 변경하였다.

진과스는 2차대전 당시 일본군 전쟁포로 광산이었는데 일종의 금광촌이었다.

지금은 금광이 고갈되어 버려진 광산이나 관광지로 활용되고 있다.

황금박물관의 커다른 금덩어리를 만질 기회와 광부 도시락을 먹어볼 기회를 놓쳐서 아쉬웠다.

10시에 패키지 투어 집합장소에서 도착해서 관광버스에 탑승했다.

약간 2층 버스 느낌인데 시야가 확트여서 좋았다.

특이한점은 관광버스인데 시내버스처럼 뒤에도 문이 있었다.

알고보니 버스안에는 총 4개의 문이 있는데 앞,뒤 오른쪽에 평소 승하차용으로 사용하는 문이 있고,

왼쪽과 위에 비상탈출용 문이 또 있었다.

관광버스에 4개의 문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법으로 재정되어 있다는데 이런 부분은 한국보다 선진국 같았다.

 

예루지질공원

첫번째 목적지는 예루였는데 타이베이에서 버스로 약 1시간정도 걸렸다.

이번 패키지 투어에 가이드분이 되게 인상적이었는데 직업정신이 정말 투철했다.

10시부터 20시까지 투어가 진행되는데 정말 쉬지않고 관광지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예루는 대만의 가장 북동쪽 끝에 위치한 지질공원이다.

바다 바로 옆에 위치해서 제주도처럼 바람이 정말 많이 불었다.

그래서 바닷바람 등의 요인으로 침식되어 만들어지는 다양한 모양의 바위를 볼 수 있다.

사람은 참 대단하다고 느낀게 바위에 다들 그럴싸한 이름을 붙여놓았다.

물론 특정각도에서만 그렇게 보이고 어떤 것들은 상상력이 필요했다.

왼쪽 사진은 고릴라가 등을 지고 있는 모습이었다.

정말 신기한게 딱 저각도가 아니면 그냥 아무것도 아닌 흔한 돌이었다.

오른쪽 사진은 예루의 마스코트 여왕바위인데 줄이 너무길어서 정우가 몰래 돌만 찍어왔다.

여왕의 목을 보면 되게 가늘었는데 지금도 계속 바람에 의해 침식되고 있었다.

앞으로 5~10년 뒤면 목이 완전히 부서질 거라고 하는데 대만 정부는 자연의 섭리를 따라 보호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우연히 주변을 둘러보다가 침팬지같이 생긴 게 하늘을 쳐다보고 있는 것 같아서 정우한테 물어봤는데 전혀 아니란다.

내 상상력이 풍부한건가.. 쳇 .. 맞다고 해줘.

예루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 용머리 돌.

찾는데 애좀 먹었다.

내가 셀카 찍는걸 보고 정우가 아재같다고 찍었다...

 

스펀

예루 투어를 마치고 버스를 약 40분정도 타니 스펀에 도착했다.

갑자기 스펀부터는 비가 많이 오기 시작해서 체감 온도가 많이 낮아졌고 결국 큰 우산을 샀다.

스펀은 핑시셴 기차가 오가는 철로에서 소원을 천등에 적어 하늘에 날려 보내는 마을이다.

핑시셴 기차는 과거 7개 탄광 마을을 잇는 석탄 운송용 철도였지만 현재는 관광열차로 다시 태어났다.

실제로 천등을 날려보내는 철로로 기차가 지나다녔고 안전사고에 유의해야 했다.

그러나 기차가 들어오기 전에 상주한 안전요원들이 호각으로 신호를 주기 때문에 크게 위험하지는 않았다.

스펀에서 유명한 닭다리 볶음밥인데 처음 비주얼은 생쥐를 구워놓은줄 알고 깜짝놀랐다.

하지만 맛은 바베큐 치킨에 밥을 먹는 느낌이라 맛있었다.

천등에는 우리의 소원을 적었다.

소원은 이루어지기 정말 어려우니 소원이 아닐까.

그렇게 나의 십만전자와 정우의 여자친구는 적어도 2023년엔 없었다고 한다.

천등 날릴때 도와주시는 직원분들이 사진이랑 동영상을 찍어주시는데 너무 대충 빨리 찍고 해치우는 느낌이라 마음에 안들었는데 이상하게 결과물이 되게 좋았다. 이게 바로 프로라는 건가.

정우가 여분의 우산을 들고 폰을 보고 서있길래 찍어줬는데

마치 기차역에서 여자친구 기다리는 남친 같은 느낌

근데 정우야 나랑 친하게 지내면 내년에도 없어.. 얼른 도망쳐~

스펀에 있는 아주 오래된 출렁다리인데 일본의 식민지 시절 일본이 금광에서 캔 금을 옮길 때 사용하던 다리라고 한다.

우리나라였으면 일제 잔재라고 해방후 당장 없애버렸을 것인데 대만은 오히려 보수하여 사용중이었다.

알고보니 식민지 시절 일본이 만든 철로나 다리가 오히려 해방 이후 경제 발전에 도움을 줬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스펀 폭포

스펀 바로 옆에 있는 스펀 폭포로 높이 약 20m, 너비 약 40m로 대만에서 가장 큰 폭포이다.

 

물론 멋이 없는 건 아니었다.

다만 외국인이 제주도에 와서 천지연 폭포를 보면 실망하는 기분이랄까.

확실히 시원시원하긴 하다.

가이드가 시간이 없다고 폭포 옆쪽만 구경시켜줬는데

자유시간에 우리는 미친놈처럼 폭포 정면까지 뛰어가서 구경을 했다.

 

지우펀

예능 꽃보다 할배에서 나오면서 유명해진 지우펀에 도착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배경지로도 유명한 야경 명소인데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사진을 제대로 찍을 수가 없었다ㅠ

지우펀에는 홍등이 정말 많았는데 이는 사실 과거 광부들을 위한 유흥이 발전되며 생긴거라고 한다.

일본에게 해방된 이후에도 지우펀의 금광에는 상당량의 금광석이 남아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지우펀은 한동안 황금을 캐는 광부들로 북적이는 마을이 되었다.

황금은 한순간 큰돈을 만질 수 있게 해 주었지만 그 대가로 광부들 자신의 건강을 포기해야 했다.

그래서 수명이 50세가 채 안 돼 지병으로 사망하는 일이 빈번했다.

그리고 이런 말이 유행처럼 돌았다.

"오늘은 있지만 내일은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우펀의 광부들은 자신의 재산 중 많은 부분을 유흥에 사용하게 되었다.

이때부터 홍등으로 번쩍이는 지우펀 마을을 볼 수 있게 되었다.

1970년 광산 자원이 고갈된 후로 광부들이 지우펀을 떠나면서 폐허가 되었지만,

1990년대 대만 정부는 이 지역을 관광지로 개발하여 번영기를 맞이하였다.

하지만 아무래도 코로나 영향으로 3년 전에 비해서는 관광객이 많이 없는 것 같았다.

비만 안왔다면 좀 더 멋진 사진을 많이 찍었을 것 같은데 아쉬웠다.

저녁은 지우펀에 있는 국수집에서 해결했다.

무슨 고기인지 모르겠지만 되게 불쾌한 모양과 맛을 가져서 국물만 먹을만했다.

딤섬도 배가 불러서인지 그저 그랬다.

그 와중에 미국인 같은 아저씨 한분이 소세지 2개가 남았다고 주셨는데

다 안먹으면 서운해 하실까봐 열심히 먹고 있는데

소세지 마저 맛이 없었다...안에 뭐가 들었는데 되게 느끼했다.

그나마 유명한 땅콩 아이스크림은 맛있었다.

카라멜 땅콩을 갈아서 아이스크림을 올리고 전병같은 거로 감싸주었다.

쫀득한 식감에 고소한 땅콩과 달달한 카라멜 그리고 시원한 아이스크림이 은근 궁합이 좋았다.

 

닝샤 야시장

예스폭지 투어를 마치고 시먼딩 근처 숙소로 돌아와서 닝샤 야시장으로 향했다.

대만 택시를 처음 타보았는데 역시나 도요타 차였다.

계기판이 가운데 있었는데 엄청 신기했다.

요금은 한국보다 약간 저렴한 느낌이었다.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닝샤 아시장은 9월에 축제가 있지만 우린 12월에 가서 축제 분위기를 즐긴순 없었다.

엄청나게 많은 길거리 음식이 있었지만 대만 음식은 대체로 다 기름지고 느끼했다.

아마 중국하고 비슷하지 않을까 싶지만 향신료는 확실히 약한편이었다.

그나저나 취두부라는 음식은 과연 인간이 먹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나는 비위가 좋은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다.

큐브 스테이크는 저렴한 느낌의 고기였는데 너무 질겼다.

닭꼬치는 소금맛과 와사비맛을 먹었는데 소금은 너무 느끼했다.

어떻게 순살이 저렇게 클 수 있는지 의심스럽지만 나름 고기는 맛있었다.

그래도 느끼해서 남기고 정우꺼 와사비 맛을 좀 뺏어 먹었다.

주문하기 어려웠던 김치 볶음면은 맛이 그저 그랬다.

파인애플 새우튀김은 역시 튀김이라 맛있었다.

역시나 술집이 없는 대만.. 아쉬움을 편의점 맥주로 달래고 2일차 여행을 마쳤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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